트로트가 강한 팬덤과 음악방송 성과를 얻는 동안 대중과의 접점은 좁아진 것일까. 강대호 칼럼니스트는 2026년 추석 무렵 불거진 선후배 가수 논란과 음원 차트 성적, 걸그룹 리센느 제나의 트로트 메들리 흥행을 한데 짚으며 장르의 보편성을 되물었다.

트로트 열풍이 본격화한 2020년 이후 명절 특집 무대는 가족이 함께 즐기는 대중문화의 한 장면으로 자리 잡았다. 그러나 칼럼은 올해 추석을 전후해 나온 소식들이 트로트의 인기 자체보다 그 인기의 성격을 살펴볼 계기를 만들었다고 분석했다.

논란의 출발점은 9월 20일 전북 진안에서 열린 ‘진안고원 트로트 페스티벌’이었다. 칼럼에 따르면 심수봉은 17세 김다현의 무대를 본 뒤 “노래가 뭔지, 삶이 뭔지도 모르고 머리를 어지럽게 만들었다”고 말했다.

발언을 두고는 어린 후배에게 공개적으로 상처를 줬다는 비판과, 기교와 연출에 치우친 무대를 향한 쓴소리라는 해석이 맞섰다. 칼럼은 이 일을 개인 간의 충돌에 그치지 않고, 트로트의 본질을 바라보는 세대와 관점의 차이로 조명했다.

심수봉·김다현 논란이 드러낸 트로트의 두 시선

칼럼이 설명한 전통 트로트의 중심에는 삶의 굴곡에서 우러난 한과 서정성, 절제된 감정 표현이 있다. 반면 오디션 프로그램을 거쳐 익숙해진 무대는 고음과 꺾기, 화려한 퍼포먼스와 가수의 서사를 강조하는 방향으로 발전해왔다고 봤다.

이런 변화가 무대의 볼거리와 가창력을 부각했지만, 기교가 노래에 담긴 삶의 결을 가릴 수 있다는 문제의식도 제기됐다. 칼럼은 공개적인 발언 방식에 대한 비판과 별개로, 트로트가 연출과 기술에 집중하는 동안 감정의 진정성을 어떻게 지킬지 질문을 남겼다.

팬덤 문화가 트로트에 자리 잡으며 음반 구매와 음악방송 투표에서 강한 결집력을 보여준 점도 주요한 변화로 꼽혔다. 임영웅은 9월 19일 MBC ‘쇼! 음악중심’에서 신곡 ‘또또’로 1위에 올랐고, 영탁은 9월 27일 KBS2 ‘뮤직뱅크’에서 정규 3집 타이틀곡 ‘꺾어’로 정상에 섰다.

다만 칼럼은 음악방송 순위와 음원 플랫폼에서의 존재감이 반드시 같지는 않다고 짚었다. ‘또또’는 발매 당시 멜론 TOP100 상위권에 진입했지만 칼럼이 전한 해당 주 순위는 90위권이었으며, ‘꺾어’는 멜론에서 순위 기록이 확인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제나의 1460만 뷰 메들리가 보여준 대중성

이와 대비되는 사례로 소개된 것은 9월 18일 공개된 제나의 트로트 메들리 영상이다. 리센느 멤버인 제나는 박상철의 ‘빵빵’과 장윤정의 ‘어머나’ 등을 담백한 가창과 리듬감으로 재해석했고, 영상은 10월 2일 기준 1460만 뷰를 넘어섰다.

제나는 ‘10월 신인 아이돌 개인 브랜드평판’에서 1위를 차지했다. 칼럼은 메들리의 반응이 팬덤의 투표나 스트리밍 독려에만 기대지 않고, 영상의 흥미와 음악적 매력이 대중의 클릭으로 이어진 사례라고 해석했다.

영상의 인기는 노래 자체의 확산으로도 연결됐다. 칼럼에 따르면 ‘빵빵’은 음원 사이트에서 역주행해 트로트 차트 상위권에 올랐으며, 영상에는 트로트 프로그램에 피로감을 느꼈던 시청자들이 새롭게 즐겼다는 뜻의 “트로트 강점기”라는 댓글도 여럿 달렸다.

강대호 칼럼니스트는 이 사례를 통해 트로트가 팬덤의 울타리를 넘어 젊은 세대와 만날 가능성을 살폈다. 화려한 연출이나 과도한 기교만이 아니라 익숙한 멜로디와 리듬, 편하게 즐길 수 있는 흥이 장르의 힘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팬덤의 성과 넘어 넓은 청중과 만날 과제

이번 칼럼은 특정 가수의 성과를 평가하기보다, 트로트의 인기가 어떤 방식으로 형성되고 확장되는지를 묻는다. 음악방송 1위와 음원 차트 성적의 간극, 제나 메들리의 반응은 팬덤의 결집력과 일반 대중의 자발적 관심이 서로 다른 지표일 수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로 제시됐다.

트로트가 명절의 익숙한 노래를 넘어 세대와 취향을 아우르는 장르로 이어지려면, 팬덤의 힘뿐 아니라 누구나 노래의 매력을 바로 느낄 수 있는 접점도 중요하다는 게 칼럼의 제언이다. 제나의 메들리 흥행이 트로트계에 남긴 질문은 결국 장르의 폭을 넓힐 ‘보편성’을 어떻게 되살릴 것인가에 모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