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로트가 걸어온 100년을 기록하고 다음 100년을 이어갈 기반을 남기겠다.” 사단법인 대한민국 트로트문화원 박강민 원장이 지난 2일 매일경제 인터뷰에서 밝힌 포부다. 문화원은 원로 음악인의 기억을 기록하고, 검증된 자료를 연구와 교육으로 연결하는 작업을 추진하고 있다.
지난 1월 출범한 트로트문화원은 트로트의 역사와 문화를 보존하고 연구 자료를 체계적으로 모으기 위해 만들어졌다. 보도에 따르면 국내 최초의 트로트 전문 문화기관으로, 아카이브 구축과 세계화를 위한 전략 마련도 설립 취지에 포함했다.
트로트 연구자 박진수 가천대 교수와 정윤길 동국대 교수, 장유정 단국대 교수 등이 발기인과 고문으로 참여했다. 30년 넘게 언론계에 몸담아온 박 원장은 지난해 창간된 트롯뉴스 공동대표도 맡고 있어, 언론과 트로트 문화 기록을 잇는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트로트문화원, 흩어진 기억을 검증 가능한 기록으로
문화원이 우선 과제로 삼은 일은 원로 음악인의 구술 기록과 가수·작품 정보의 확인이다. 박 원장은 “사라져버린 기억은 복원할 수 없다”며 구술 기록을 서둘러야 한다는 뜻을 밝혔다.
현재 출생·사망 연도와 대표곡, 활동 이력 등을 교차 확인한 가수 데이터베이스는 200명 규모다. 추가로 약 150명의 후보가 검증을 기다리고 있으며, 흩어져 있던 인물 정보를 확인 가능한 자료로 정리하는 작업이 진행 중이다.
자료 검증 과정에서는 올해 발표 100주년을 맞은 한국 최초의 대중가요 히트곡 ‘사의 찬미’와 관련한 성과도 나왔다. 서로 다르게 알려졌던 윤심덕의 가족·학적 정보를 일본 대학의 학적부로 확인했다고 문화원은 밝혔다.
박 원장은 트로트가 방송 오디션의 인기를 넘어 공연, 지역축제, 관광과 팬덤 소비가 맞물린 문화산업으로 성장했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스타 중심의 관심에 그치지 않으려면 기록과 연구, 신뢰할 수 있는 데이터, 해외 진출 전략을 함께 갖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트로트 문화관·AI 복원으로 자료를 대중과 연결
문화원은 모은 자료가 연구자의 서가에만 머물지 않고 관객과 만날 수 있도록 ‘트로트 문화관’도 구상하고 있다. 전시에서 접한 노래를 공연장에서 듣고, 원로와 신인이 같은 곡을 각기 다르게 해석하는 복합문화공간을 목표로 제시했다.
오래된 음원의 잡음을 인공지능(AI)으로 줄이는 방안도 검토 대상이다. 다만 원본과 보정한 범위를 공개하고 권리자와 협의한다는 원칙을 세워, 복원 기술의 활용과 자료의 신뢰성을 함께 고려하겠다는 구상이다.
문화유산으로서 트로트의 가치를 알리는 작업도 계획에 담겼다. 일본 엔카와의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 공동 등재를 추진하되, 우선 내년부터 국내 무형유산 지정을 위한 절차를 본격화한다는 방침이다.
박 원장은 유네스코 등재 신청이 국가 차원의 절차라는 점을 짚으며 문화원의 역할은 자료와 연구, 음악인 및 청중의 참여 기반을 마련하는 데 있다고 설명했다. 등재를 확정된 성과처럼 앞세우기보다, 이를 뒷받침할 기록과 참여를 준비하겠다는 의미다.
온라인 아카이브 공개와 팬덤·해외 교류 준비
문화원은 1년간 온라인 아카이브의 기초 자료와 원로 음악인 구술 기록을 단계적으로 공개할 계획이다. 기록과 연구가 음악인의 활동 기회로 이어지도록 팬덤 플랫폼 ‘팬도라’와 해외 교류 사업도 준비하고 있다.
박 원장은 “흩어진 자료와 음악인들의 기억을 모아 연구·교육과 연결하겠다”고 밝혔다. 가수 정보 확인과 구술 기록에서 출발해 전시·공연, 교육, 해외 교류로 확장하려는 문화원의 계획이 트로트 100년의 자료를 다음 세대에 전하는 토대가 될지 주목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