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글로벌 진출을 꿈꾼다면 ‘K’ 브랜드와의 협력은 필수라는 인식이 확고해 보인다.” ‘내일은 미스트롯’과 ‘내일은 미스터트롯’을 기획한 서혜진 크레아 스튜디오 대표가 한일 밴드 오디션 ‘밴드왕’의 방향을 설명하며 일본 음악 시장의 변화를 짚었다. 트로트 오디션으로 한국 대중음악의 지형에 변화를 이끈 그가 이번에는 밴드 음악으로 한일 협업에 나선다.

서 대표는 SBS ‘스타킹’과 ‘동상이몽’, TV조선 ‘내일은 미스트롯’·‘내일은 미스터트롯’, MBN ‘한일가왕전’과 ‘현역가왕’ 등을 만든 예능 PD다. 특히 ‘내일은 미스트롯’에서 송가인이, 이듬해 ‘내일은 미스터트롯’에서 임영웅이 우승하며 트로트 오디션은 폭넓은 시청자에게 장르의 매력을 알리는 계기가 됐다.

트로트는 과거 성인층의 음악, 혹은 회식 자리에서 즐기는 노래라는 이미지가 강했다. 오디션 프로그램의 인기를 거치며 젊은 가수와 다양한 장르의 음악이 유입됐고, 공연과 음원에서도 존재감을 키웠다. 서 대표는 당시의 성공을 거창한 문화적 목표보다 시장의 흐름을 포착한 결과로 돌아봤다.

서혜진 ‘밴드왕’, 한일 뮤지션 150명가량 선발

새 프로그램 ‘밴드왕’은 한국과 일본에서 활동하는 젊은 밴드 뮤지션들이 새로운 밴드를 결성하는 프로젝트다. 밴드 활동을 하는 개인과 팀을 대상으로 참가자를 모집했고, 인터뷰 시점에는 약 150명이 선발된 상태였다. 모집은 10월까지 이어질 예정이라고 밝혔다.

녹화는 11월 진행하고 방송은 2027년 1월을 목표로 하고 있다. 서 대표는 ‘한일가왕전’을 제작하며 일본의 TV 플랫폼과 OTT, 공연 플랫폼 등과 협력할 수 있음을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한일가왕전’에서 제작전문회사 형태로 사업을 진행했다면, ‘밴드왕’은 일본 엔터테인먼트 기업과 조인트벤처를 구성해 아티스트를 키우는 기획의 출발점이라는 구상이다.

서 대표는 일본 밴드 시장이 규모와 아티스트 육성 경험 면에서 한국과 차이가 있다고 봤다. 한국과 비교하면 일본은 아티스트 수와 공연 매출·규모가 “10배 정도는 될 것”이라고 언급했다. 그럼에도 일본 밴드 음악계가 한국을 글로벌 진출의 교두보로 바라보고 있다는 점에 주목했다.

그 배경으로는 ‘한일가왕전’에서 일본 가수 다케나카 유다이가 우승한 뒤 한국 시장의 가능성을 새롭게 인식한 흐름을 들었다. 한국의 언더그라운드에서 성장 중인 뮤지션을 일본에 소개하고, 일본 뮤지션은 한국 시장으로 연결하는 방식이 양쪽에 기회가 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한국과 일본을 오가는 공동 프로젝트가 밴드 음악의 새로운 접점이 될지 관심이 모인다.

‘K’ 브랜드와 실력 중심 오디션에 무게

‘밴드왕’의 송출 계획은 협의 중이다. 한국에서는 SBS와 넷플릭스, 일본에서는 BS후지와 후지TV를 놓고 논의하고 있으며, 일본 내 OTT와 스트리밍 플랫폼과의 협의도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확정된 편성이나 플랫폼은 아직 공개되지 않았다.

프로그램의 경쟁 방식은 출연자의 개인사보다 음악적 역량에 초점을 맞출 계획이다. 서 대표는 오디션에서 가족의 투병 등 유사한 사연이 반복되는 모습을 보며 자신부터 돌아보게 됐다고 말했다. 이번에는 “철저하게 실력 위주의 승부”를 지향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서 대표는 과거 ‘내일은 미스트롯’ 기획 역시 문화적 변화를 미리 설계했다기보다, 광고 외 수익을 낼 콘텐츠를 고민하던 과정에서 트로트 가수들의 역량과 시장의 흐름이 맞아떨어진 결과라고 설명했다. 먼 미래를 정확히 예측하기보다 현장에서 문제를 풀어가며 시기를 판단하는 ‘촉’이 중요하다는 견해도 내놨다. ‘밴드왕’ 역시 지금이 적기라는 판단에서 시작됐다는 의미다.

그가 한일 음악 협업의 가능성을 체감한 계기로는 ‘한일가왕전’도 꼽힌다. 한국 방송에서 일본 가수들이 일본어 노래를 부르는 장면은 오랫동안 보기 어려웠지만, 2024년 프로그램에서는 일본 가수들의 무대가 이어졌다. 서 대표는 일본에서 블랙핑크와 아이브의 노래가 들리는 상황과 한국에서 일본 음악을 접하기 어려웠던 과거를 비교하며 달라진 대중문화 환경을 돌아봤다.

서 대표는 콘텐츠 시장이 한 가지 유행에 쏠리는 현상도 경계했다. 모두가 같은 장르를 만들면 시장이 빠르게 소진될 수 있는 만큼, 서로 다른 취향과 개성을 살리는 시도가 필요하다는 취지다. 트로트 오디션에서 밴드 오디션으로 옮겨가는 이번 행보는 장르 확장과 한일 공동 제작을 함께 겨냥한다.

‘밴드왕’은 11월 녹화, 2027년 1월 방송을 예정하고 있으며 참가자 모집은 10월까지 진행된다고 서 대표는 밝혔다. 한국과 일본의 뮤지션을 한 무대에 모으려는 기획이 실제 방송과 아티스트 육성으로 어떻게 이어질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