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에서 열리는 지역축제가 올해 1200개를 넘고 투입 예산도 수천억원에 이르지만, 축제의 내용은 서로 닮아간다는 지적이 나왔다. 초청 가수와 먹거리 장터에 의존하는 방식이 이어지면서 지역 고유의 문화가 축제에서 희미해진다는 문제 제기다.
경북매일에 실린 주재원 한동대 교수의 글은 지역축제의 양적 확대와 내용의 획일화를 함께 짚었다. 지역축제가 관광객을 불러들이고 상권을 돕는 역할을 할 수 있지만, 축제의 간판만 바뀌고 현장의 구성이 비슷해진다면 본래 취지를 되돌아봐야 한다는 진단이다.
지역축제는 주민들이 모여 문화를 나누고, 활력이 줄어드는 지역에 방문객을 끌어올 수 있는 행사다. 잘 기획된 축제가 지역 이미지를 바꾸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 다만 이런 효과가 지속되려면 행사 자체가 지역의 이야기를 담아야 한다는 것이 글의 핵심이다.
글은 축제 운영을 외부 용역업체에 맡기는 관행이 획일화의 배경 가운데 하나라고 봤다. 지역의 문화와 예술을 어떻게 담을지보다 어떤 가수를 초청할지를 먼저 고민하는 구조가 자리 잡으면, 축제마다 다른 개성을 살리기 어렵다는 설명이다.
지역축제, 초청 가수 중심 기획의 한계
특히 인기 트로트 가수의 출연료가 수천만원에 이를 수 있다는 점도 문제로 제기됐다. 노래 몇 곡을 선보이는 무대에 지방재정이 적지 않게 들어가지만, 행사가 끝난 뒤 지역에 남는 것은 철거를 기다리는 무대와 현수막뿐일 수 있다는 우려다.
이는 트로트 공연 자체의 가치를 부정한다기보다, 축제 예산과 무대 구성이 특정 형식에 치우칠 때 지역에 어떤 효과가 남는지 살펴보자는 주장으로 읽힌다. 초청 가수의 무대가 방문객을 모으는 데 보탬이 될 수 있어도, 그것만으로 지역 문화의 지속적인 기반이 만들어지는 것은 아니라는 지적이다.
세대가 함께 즐길 수 있는 축제를 만들기 어렵다는 문제도 언급됐다. 글은 트로트 중심의 구성과 먹거리 장터, 음주로 인한 소란 등이 청년층에게 축제를 낡고 시끄러운 행사로 느끼게 할 수 있다고 짚었다. 축제가 누구를 위한 것인지 묻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지역 예술가와 청년이 채우는 무대 대안
지역마다 이미 축제에 활용할 수 있는 고유한 소재와 문화가 있다. 보령의 머드, 진해의 벚꽃, 경주의 신라 역사, 남원의 춘향 이야기처럼 다른 지역이 그대로 가져갈 수 없는 자원이 축제의 중심이 될 수 있다는 예시도 제시됐다.
반대로 초청 가수와 먹거리, 체험 행사가 어느 지역에서나 비슷하게 반복되면 지역 이름만 바꾼 행사처럼 보일 수 있다. 글은 이런 축제가 지역 고유의 축제라기보다 전국을 순회하는 행사에 가까워질 수 있다고 진단했다.
대안으로는 지역민이 직접 축제를 만들고 무대에 참여하는 방식이 제안됐다. 지역에서 활동해온 음악가와 미술가, 영상 제작자뿐 아니라 대학 공연 동아리와 고등학생 댄스팀, 중장년 합창단도 축제의 주체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유명 가수의 공연처럼 완성도 높은 무대가 아니더라도, 지역 청년 밴드나 주민 공연에는 가족과 이웃을 축제로 불러 모으는 힘이 있을 수 있다. 주민들이 서로 응원하고 함께 즐기는 경험이 축제의 의미를 만들고, 지역 안의 관계를 잇는다는 설명이다.
글은 최근 해당 지역에서 열린 축제들에 아쉬운 평가가 있었다면서도, 지역민이 기획과 참여에 나섰다는 점은 의미 있는 시도로 봤다. 서툰 점을 돌아보고 개선하되 지역만의 축제 문화를 만들려는 시도를 이어가야 한다는 주문이다.
결국 지역축제는 지역 예술가와 청년 문화기획자를 키우고, 지역민에게 예산과 기회의 혜택이 돌아가도록 설계돼야 한다는 것이 글의 결론이다. 초청 공연을 포함하더라도 지역 콘텐츠와 주민 참여를 함께 키우는 방향으로 기획을 바꾸는 일이 지역문화를 살리는 과제로 남았다.
